인천시, 수소경제의 심장‘연료전지발전소’건립 박차

시민 대타협 토대로 “수소경제특별시로 도약”


인천시가 장기간 답보상태였던 동구 수소연료전지사업에 대한 민관합의를 전격 이끌어냄으로써 수소경제의 핵심인 연료전지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전국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사업이 주민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지난 18일 10개월 넘게 첨예하게 대립했던 동구 수소연료전지사업 합의를 이루어냈다.

이 협의로 공사가 재개돼 2021년 상반기 중 동구에 39.6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수소연료전지 문제 해결을 위해 인천시는 지난 4월부터 지역주민들과 연료전지사업의 접점을 찾기 위해 주민대표단체인 ‘수소연료전지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 등과 8차례의 민관협의체 회의와 추가적으로 3자, 4자 등 다양한 협의체 회의를 진행하는 노력을 지속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공사 중단으로 인한 손실과 공사 일정에 쫓긴 인천연료전지(주)가 지난 10월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천막농성 및 기자회견 등 양 측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을 이루었다.

그러나, 극적으로 10월 31일 협상 재개의 물꼬가 터지고, 주민들이 우려하는 수소연료전지의 안전?환경 담보와 합리적인 상생방안에 대한 민관합의 도출을 위해 지난 4일부터 인천광역시?동구청?비대위?인천연료전지(주)가 참여하는 4자 민관협의체 회의를 수차례 개최하여 마침내 전격적 합의문을 도출해 냈다.

합의안에는 현재 발전소 사업부지에 발전용량을 증설하거나 수소충전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조건이 포함됐다. 또 사업자인 인천연료전지와 인천시, 주민으로 구성된 민관 안전환경위원회를 구성해 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 수소경제의 핵심, 연료전지
18일 박남춘 인천시장은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의 민관합의를 시민에게 알리며 “친환경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라며 “어렵게 이뤄낸 이번 합의가 인천시를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시로 도약시킬 수 있는 이정표가 되도록 잘 살펴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석탄과 석유, 원전 등의 비중은 줄이고 수소 같은 좀 더 청정한 에너지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는 올 1월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핵심이다. 연료전지에서 공급된 에너지원으로 수소차, 건물용 연료전지, 발전용 연료전지, 수송용 연료전지 등 수소 경제가 움직인다. 연료전지가 곧 수소 경제의 심장인 셈이다.

때문에 정부는 연료전지와 수소차를 양대 축으로 수소경제 선도국을 빠르게 추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2040년까지 15GW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가정·건물용 연료전지도 2.1GW(약 94만 가구)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22년까지 수소버스 2,000대를 보급하고 수소차 연료전지 스택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한다. 고압·압축 기술 개발로 저장과 운송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 2022년까지 주요 거점과 대도시에 310기의 수소충전소를 설치한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시민공청회를 통해 밝힌 ‘제4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과 기술개발 로드맵에서도 정부는 2030년까지 일 5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고, 1톤급 기체 수소 수송, 3.5톤급 액체수소 수송 배관망을 구축하는 등 수소 에너지 육성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인천시도 정부의 에너지 정책기조에 발맞춰서 2035년까지 인천 전력 수요량의 25%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타지방정부도 수소경제 선점을 위한 발걸음이 재다.
■ 수소경제 활성화 “시민 공감대가 성공 열쇠”
우리 인천시의 이번 사례는 수소경제 성공의 핵심이 주민 수용성임을, 협치와 소통의 중요성을 전국 현안으로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실제 인천을 제외한 타 지역은 주민과의 소통 부족, 안전성에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밀어붙이기식 추진으로 시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11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 40여곳에서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건립 사업을 검토 중이거나 건립 중인 곳만 10여곳이 넘는다. 경상북도는 경주에 100MW 짜리 대규모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광주시도 남구와 광산구에 1조4천억원을 투자해 100MW 급 2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전기사업법에는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에 주민 동의가 필수 요건이 아니다. 인허가 절차도 이중 구조라 지방정부의 권한이 크지 않다. 발전소 건축물에 대한 허가권자는 관할 지자체지만 수소연료전지발전사업 허가권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가 맡고 있다.

동구 수소연료전지사업도 지난 2017년 6월, 두산건설의 민간투자사업 제안을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민선6기 시정부 때 처음 추진되었으나 현재 주민들도 모르게 추진됐다는 시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또한 수소연료전지발전은 기존 열병합 발전소와 달리 질소산화물과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연료인 수소에 대한 안전성 검증 및 추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갈등 해소 등의 역할을 할 관련법이 부실한 실정이다.

이에 현재 국회에 발의된 환경영향평가법 개정안은, 현재 전기사업법에는 100MW이상 발전소를 건립할 경우 환경영양평가를 받도록 돼 있지만 개정안에는 주거지역이나 인접지역에서 에너지개발사업을 할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도심 속 그린발전소, 수소연료전지 “잠실L타워에도?!”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지만 물, 화석연료, 생명체 등에 화합물 상태로 존재해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소만을 따로 추출해야 한다. 수소 경제의 첫걸음이 수소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발전소인 셈이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를 물로 전환하는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에너지 변환 장치다. 건전지와 원리가 동일하며, 연료를 계속 공급하는 한 발전하는 무한 배터리라고 설명이 가능하다.

연료전지는 연소반응이 아닌 화학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연과 미세먼지 배출이 없는 ‘도심 속 그린발전소’라고 불린다.

특히 연간 3,0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서울 잠실롯데타워 지하에는 인천 동구에 설치될 연료전지와 동일한 연료전지가 설치·가동되고 있다.

이밖에 서울 강남 주택단지·동탄 타운하우스 등 대규모 단지는 물론 경북도청 신청사, 도서관, 학교 등 광범위하게 설치되고 있다.

강남구 개포 래미안 블래스티지에 설치된 22kW의 연료전지를 기준으로 반경 200m 안에 개포중학교, 개포도서관이 있고, 500m 반경에 대단위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아파트와 개원중학교,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부산 해운대 롯데4차 아파트와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과 300m 거리에 ‘부산그린에너지 연료전지’가 건립됐고, 주택단지와 200m 거리의 ‘남동발전 분당연료전지’, ‘동서발전 일산 연료전지’ 등도 운영 중이다.


■ 세계 각국의 수소저장 프로젝트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친환경 효과 전망 보고서’에서 2050년 수소산업이 연간 2조5000억 달러의 부가가치와 누적 3000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온실가스 감축 17%, 미세먼지 저감 30%에 기여할 청정에너지원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기술평가원 정기석 수소·연료전지 프로그램 디렉터는 “수소는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미래에너지이며, 미국·독일·일본·중국 등 선진국들과 주변 강국들이 수소경제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국가와 미국에서도 이미 여분의 전력으로 수소를 생산해 저장 수단으로 활용하는 P2G(Power 2 Gas)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

독일은 2022년까지 피2지(P2G) 설비를 1,000M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17억 유로를 투자했고, 미국은 풍력 발전 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 천연가스망을 통해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도 수소를 연료로 공급해 전기와 열이 생산되는 연료전지 자동차의 시제품을 내놓는 등 수소경제 시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노력으로 가정용 연료전지 `에너팜(Ene-Farm)`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기준 27만6000여 대가 보급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기요금을 아껴줄 뿐만 아니라 재해가 잦은 환경에서도 전기를 안전하게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또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로 주민들이 국가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건 이후 일본정부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법으로 수소를 선택,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수소스테이션 네트워크’를 구축, 2021년까지 80곳의 수소 충전소를 설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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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