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서울형 도시재생’ 8개 지역 전체 192개 사업… 5년간 변화와 성과 소개
# 용산구 해방촌은 한국전쟁 후 실향민과 이주민이 서울역과 가까운 남산에 모여들면서 형성된 남산 아래 첫 동네다. 70-80년대에는 니트스웨터를 생산하며 성장했지만 이후 생산시설이 교외로 이전하고 마을인구가 감소하며 주거환경도 노후되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부터 해방촌의 매력에 빠진 젊은 예술가와 상인, 외국인들이 새롭게 자리하며 지역에 새로운 특색을 더하고 있다.
# 이런 변화 위에서 '16년 시작한 서울시의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은 마을의 오래된 삶의 흔적과 앞으로의 마을을 연결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진행 중이다. 마을입구인 해방촌오거리, 신흥시장, 보성여중고 등 마을의 주요 자산을 잇는 중심보행길의 낡은 계단과 보도가 정비되고 보안등과 CCTV가 새롭게 설치돼 더 안전하고 걷기 편한 길로 변신했다. 해방촌과 함께 성장했지만 시설 노후화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시장’은 올 연말까지 칙칙하고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아케이드 설치, 바닥‧계단 포장, 간판정비 같은 물리적 환경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창신숭인, 해방촌, 성수 등 서울시의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8곳의 주거재생 선도‧시범사업이 연내 마무리된다. 전면철거 대신 고쳐서 다시 쓰는 ‘서울형 도시재생’의 시작을 알린 곳들이다.
8개 지역은 ▴창신‧숭인 ▴해방촌 ▴가리봉(선도사업) ▴성수 ▴신촌 ▴장위 ▴암사 ▴상도(시범사업)다.
8곳의 전체 192개 사업 가운데 82.3%인 158개 사업이 완료됐고, 나머지 34개 사업도 올 연말까지 완료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 중이다. 앵커(거점)시설 설치, 주거환경 개선, 산업생태계 보존‧활성화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년 간 20개 앵커시설이 문을 열어 아이돌봄, 마을카페, 도서관, 운동시설, 경로당 등 마을의 다목적 활동공간이자 지역 주민 간 공동체 회복 거점으로 자리했다.
골목길과 계단, 하수도 등 노후 도시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확충해 주민들의 정주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서대문구 신촌동 골목길에 지난 4월 가파르고 협소해 걷기 불편했던 낡은 계단이 사라지고 에스컬레이터가 생겼다. 자치회관, 노인복지센터, 어린이집 등 주민 편의시설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개별 집수리와 골목길 정비를 병행하는 소규모 도시재생인 ‘가꿈주택’ 사업은 1호(장위동)가 탄생한 이후 4년 간('16.~'19.) 8개 지역에서 200건의 사업이 추진됐다. 골목길을 사이에 둔 집집마다 담장을 허물거나 낮춰 골목 공동체가 되살아났고, 넓어진 골목길엔 벤치와 조경을 설치하고 바닥포장, 바닥등 설치, 노후 하수관 개량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 골목길 풍경이 확 바뀌었다.
전국 1호 ‘도시재생기업(CRC)’인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17.5.)을 시작으로 해방촌, 암사, 상도 등 4개 지역에 8개 도시재생기업이 문을 열었다. 최근 몇 년 새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해방촌과 성수동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16., '18.)해 지속가능한 지역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마중물 사업 종료 이후에도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후속 관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골목길 재생, 가꿈주택 사업 등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로, 공용주차장, 하수도 같은 기반시설 정비도 병행한다. 지역자생의 필수요소인 ‘도시재생기업(CRC)’도 기존 보조금 지원을 넘어 지역별‧기업별 상황과 역량을 고려해 단계별(발굴-육성-지원-관리) 관리체계를 도입하고, 법률‧세무‧회계 등 전문가 지원도 시작한다.
서울시는 '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인 창신‧숭인을 필두로 8개 주거재생 선도‧시범사업지에서 지난 5년 간 공공과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변화와 주요 성과를 이와 같이 소개했다.
1단계 주거재생사업은 4개 분야에 역점을 두고 추진됐다. 4개 분야는 ①정주여건 개선(삶터 재생) ②지역산업 보존‧활성화(일터 재생) ③역사‧문화 자산의 지역 자원화(지역특화 재생) ④지속가능한 주민주도 자생(自生) 기반 마련(공동체 재생)이다.
첫째, 도시기반시설 정비와 마을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커뮤니티 시설 확충으로 정주여건이 개선됐다. 노후 골목길과 계단난간을 정비하고 어두운 골목길엔 CCTV와 비상벨, 안심이 장치, 태양광 조명등 등을 설치해 범죄예방환경을 마련했다. 주민공동이용시설 조성 등 기반시설도 정비‧확충했다.
창신․숭인은 ‘안심안전골목길 조성사업’을 통해 어두운 골목길에 CCTV(14개소), 안심이 장치(150개소), 태양광 조명등(200개소) 등을 설치해 범죄예방 환경을 조성했다. 해방촌에서는 ‘테마가로 조성사업’과 ‘녹색 골목길 조성사업’, 가리봉에서는 ‘우마길 가로환경 개선사업’ 등 유사한 사업이 진행됐다.
서울시 가꿈주택 1호인 ‘장위동 연주황 골목길’ 사업을 시작으로 8개 선도‧시범사업지역에서 4년간 200건('16.~'19.)의 가꿈주택사업을 추진하는 등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됐다.
둘째, 오랫동안 지역경제를 이끌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노후‧쇠퇴해가는 지역산업의 보존과 활성화를 위해 각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산업재생사업도 추진했다.
해방촌 ‘신흥시장’은 기존 니트산업과 청년 예술공방을 결합한 ‘공동판매장’을 조성하고, 올 연말까지 노후시설의 현대화를 완료해 ‘아트마켓’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봉제산업 1번지 창신숭인은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개관('18.4.)하고, 창신동 봉제장인과 청년 디자이너, 모델,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은 '18년 4월 개관 후 지금까지 총 3만여 명이 다녀갔다. 창신동의 봉제장인과 패션 디자이너와 모델을 꿈꾸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상상패션런웨이’('17.~‘19), 봉제장인과 젊은 봉제인이 함께 하는 교육프로그램 ‘소잉마스터 아카데미’('18.~'19.)도 추진했다.
이밖에도 ▴성수동 ‘산업혁신공간 조성사업’ ▴장위동 ‘장곡시장 활성화 사업’ ▴신촌동 ‘상권공간 개선사업’ ‘신촌비지니스지원단 운영사업’ ▴암사동 ‘암사시장 활성화’, ‘암사일자리 연계사업’, ‘도시농업 활성화’ ▴상도4동 ‘열린 스튜디오 건립’ 등을 추진했다.
해방촌('16.)과 성수동('18.)에서는 골목경제를 지탱해온 소상공인, 지역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청년 창업자와 예술인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셋째, 각 지역이 간직한 역사‧문화자산을 자원화하는 ‘지역특화재생’을 통해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질 뻔한 마을자산을 보존하고, 도시재생으로 재조명해 지역의 경쟁력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1967년 구로공단이 들어선 이후 가리봉동의 젊은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단칸방 주택, 이른바 ‘벌집’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암사동은 선사시대 유적지라는 특성을 살려 공공미술작품을 설치하고 시설물 디자인을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창신숭인은 도시재생을 통해 ▴일제강점기 채석장 위에 세워진 ‘채석장전망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생가를 복원한 ‘백남준 기념관’ ▴여성사도서관과 주민 커뮤니티 시설로 새롭게 단장한 ‘원각사’ 등이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변신했다.
넷째, 이 모든 주거재생사업의 중심에는 바로 주민들이 있다. 서울시는 재생지역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선도사업 선정부터 사업 추진 전반을 주민이 주축이 되는 ‘주민주도형’으로 추진했다.
주민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해 지속가능하게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도시재생의 핵심인 만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앵커시설(8개 지역 20개 시설) 건립과 도시재생기업(CRC)(4개 지역 8개 기업) 선정‧지원에 집중했다.
앵커시설 : 주민 소통회의, 공유부엌, 돌봄 키움센터, 창업공간, 도시재생지원센터, 카페, 청소년 문화공간, 운동시설, 도서관, 공연시설, 경로당 등 다목적 활용공간으로 조성됐다. 장위동 ‘행복누림복합센터’(보육‧육아방, 구립도서관, 공동작업실, 세미나실 등), 신촌동 ‘파랑고래’(야외공연장, 연습실, 커뮤니티라운지, 다목적홀 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다수의 시설은 주민이 직접 운영‧관리하도록 해 주민 중심의 지역경제 자립기반을 만든다는 목표다.
도시재생기업(CRC) : '17년 창신숭인에 전국 1호 도시재생기업(CRC)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개 지역(창신숭인, 해방촌, 암사, 상도)에 8개 도시재생기업을 선정 지원 중이다. 서울시 전역을 기준으로 하면 13개 도시재생기업을 선정‧지원 중에 있으며, 매년 신규 도시재생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 육성 지원할 계획이다.
도시재생기업(CRC)은 일종의 도시재생 마을기업으로 주민 스스로 지역자산을 발굴, 운영‧관리하는 지역자생의 필수요소다. 공공이 마중물사업 등을 통해 선지원하는 초기 도시재생사업 이후에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같은 자립 형태로 지역사회의 공유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것을 다시 지역사회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지역경제 기반 도시재생’으로 진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지난 5년 간의 선도‧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관리대책 추진에 나선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8개 지역에 대한 일제 현장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5년 간 8개 지역에서 많은 변화와 성과가 있었지만 전면 철거 방식의 정비사업과 달리 단기간에 물리적‧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도시재생의 특성상 주민들의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현실이다.
또, 마중물 사업비(900억 원)에 비해 8개 지역의 전체 사업면적(449만4,532㎡)이 광범위하다 보니 여전히 기반시설 정비나 주거환경개선이 미흡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또, 재생사업으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오히려 원주민과 임차인이 떠나게 되는 ‘둥지 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후속 관리대책은 ▴주거환경개선 지속 추진 ▴소규모 건축,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 ▴도시재생기업(CRC) 지원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주거환경개선 지속 추진 : 골목길 재생, 가꿈주택 사업 등 핵심적 연계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주택 개량, 도로‧주차장 등 SOC 확충 등을 통해 주민들의 실질적인 사업성과 체감도를 높인다.
관련 제도 개선 : 소규모 건축 활성화를 위해 도로 접도조건, 대지안 공지, 건폐율, 주차장 설치기준 등 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구역지정절차 간소화와 지원범위 확대 등도 추진한다.
도시재생기업(CRC) 지원 강화 : 선도‧시범사업 종료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도시재생기업(현재 서울지역 총 13개)에 대한 단계별(발굴-육성-지원-관리) 관리체계를 도입한다.
구체적으로, 지역별 특성과 역량을 고려해 전문기관이 맞춤 지원하는 ‘맞춤형 CRC 코칭 시스템’을 새롭게 운영하고, 법률‧세무‧회계‧마케팅 등 각종 현안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가 파견을 시작한다. 또, 창신숭인 같이 선도적으로 시작해 안착한 선배 CRC가 멘토가 되어 신규 CRC를 지원하는 ‘선‧후배 CRC 맺어주기’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월 창신숭인·해방촌 등 선도·시범지역 8곳의 5년에 걸친 도시재생 현장 이야기를 참여주체의 시각으로 담은 「Re-Seoul 함께 읽는 도시재생」(8권, 1세트)으로 발간했다. 서울시 도시재생포털(https://uri.seoul.go.kr)에서 누구나 무료로 읽을 수 있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도시재생의 핵심적인 성과는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 그 자체다.”라며 “그동안 조성된 앵커시설들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주민의 공간이, 도시재생기업(CRC)은 지역자생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지난 5년 간 마중물 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생력을 토대로 주민 스스로 지속가능하게 지역을 활성화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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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기자 다른기사보기